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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는 블로그나 싸이에 글 올리고 나면, 하루에 한두번쯤 확인하면서 댓글 달린거 있으면 댓댓글 달고 그랬었지.
그런데 어느순간부터인가 페이스북이 활성화되고,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댓글 알림이 오면 바로바로 댓댓글 달고있고.
그러다보니 블로그나 싸이에 댓글이 달려도 바로 확인 못한다는게 지금 갑자기 느껴지면서 뭔가 초조해졌다.
정말 모오오오든게 인스턴트화 되어가는게 느껴지긴 한다.
2. 뭔가, 독일어는, 잘하고 싶다! 라고 하는 그런 열의? 모티브? 같은게 딱히 없다.
주위도, 긴문장이 통해야 하는 상대는 대부분 영어가 통하고, 아니면 뭐 마트 점원같은경우야 그냥 lcd 화면에 뜬 금액만큼 돈 주면 되는거니 독일어 못해도 상관없고.
2년 살아도, 독일어가 최소한의 일상생활만큼이라도 할 수 있게 될거 같은 기분이 안 든다.
물론 뭐, 내가 딱히 독일어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독일에서 평생 살 거다! 라는 방향으로의 열의가 있는건 아니니까 딱히 큰 상관은 없지만.
글고보니,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여기서 취직해서 먹고 살아도 괜찮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긴 딱히 그런 생각은 안 드네.
뭐랄까, 내 인생 계획 중에서, 적어도 25살까지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되는대로 살아도 좀 용서받을 타임리밋이라고 스스로 정해둔게 있거든.
좀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아무리 그래도 25살까지는 딱히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어도 좀 어때, 같은 생각.
25살은 정말 최소한의 타임리밋이고 한 20대 후반까지는 그렇다. 그리고 석사 끝나는게 딱 정확히 25세.
독일 오겠다고 한 것도 그 일환이라 그런거 같다.
일단 학부 졸업장은 따 놨겠다, 학부 이후의 일들은, 내가 딱히 평생을 학계에 바치겠다, 이런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학위 따는거 자체가 목적인건데,
그럼 그냥 좀 더 말도 안 되는 병신같은 일들을 저질러도, 학위만 딸 수 있다면 다른거는 이 나이대에는 괜찮으니까 라는 생각.
-내가 이런 사고라 그런가, 그래도 일본에서나 아니면 다른 외국인들이랑 대화할 때는 잘 들어본 적 없는 소린데 특히 한국에서는,
만나는 애들마다 왜 이렇게 자기자신이 늙었냐 왜이렇게 나이 들었냐 지금까지 해놓은 것도 없고, 뭐 이런 종류의 말들을 많이 듣는데
이런거에 거의 공감 안 되더라. 니들 만 23이야 23. 다들 왜이렇게 초조한거야. 하는 말만 들어보면 무슨 삼사십대같아.
어차피 지금 모두가 고시에 붙을 수도 없는거고, 모두가 정직원 채용될 수도 없는거고, 지금 당장 남처럼 되어있지 않다고 막 자기 스스로 결승선 그어두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듯한 모습.-
아무튼,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 무거우나 가벼우나 어차피 인생.
하다못해 내 인생 중 뮌헨에서 2년간 허비할 기회가 생길 줄 누가 알았겠어. 그걸로 충분해.
3. 말은 이렇게 해도, 여기도 나름 재밌다.
무슨무슨 축제, 모임, 야외 공연 같은 것도 엄청 많고. 만약 여기서 레귤러적인 생활을 한다면, 낮까지 일하고 저녁부터는 그냥 낄낄대고 놀면 딱 좋을듯.
그리고 나야 대구출신이라 그른가 워낙 햇빛을 갈망하기는 커녕, 가능하면 낮에는 밖에 안 나가는게 철칙이다만,
여기서 오래 살았다면 뭐, 해만 쨍하게 뜨면 기분 좋아질 수도 있을거 같고.
근데 아직 뮌헨을 잘 모르겠다. 길을 잘 모르니 내가 지금 어디까지 파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아. 언제쯤 익숙해질까.
난 어떻게 센다이에 적응을 했었던걸까. 센다이의 정말 촘촘한 길들까지 다 파악하고 있었는데, 정말 난 그 길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다녔던 것일까.
센다이에선 나름 활동반경 넓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나도 모르는 노력을 많이 했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