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26
1. 집에 있을 땐 괜히 마음 상하기도 싫고 해서 그냥 엄마가 하는 말 어떤 거든 다 웃으면서 들어주는데
아 좀 지친다.
2. 대구 출신으로서 여름이라면 덥고 짜증나는게 기본일터인데,
난 웬지 여름에 대한 환상이 좀 있다. 그 분위기나, 그런 것들.
빨리 여름 왔으면 좋겠다 오늘 좀 춥다 ㅠㅠ
빨리 반팔티 입고 다니고 싶어.
3. 안 싸우고 살아야지 정말.
하루종일 혼자 있는 것도, 말 한마디 안 하는 것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은 그런 평범한 생활이 계속 이어지다가, 그게 깨지니까 때때로 혼돈의 카오스가 뙇하고 펼쳐지고 그렇고.
어디서든간에, 혼자 살 때는 심심하다가 근처에 누가 있으면 며칠도 못 가서 신경쓰여 죽을거 같고.
근데 혼자 살 때의 적적함은 여유로 넘길 수 있는데, 옆에 누가 있는 신경쓰임은 사람이 날카로워져서.
4. 일본 마지막 날에, 마지막으로 학교를 갔는데,
웬 모르는 여자 둘이 말을 걸더라. 처음엔 곤니찌와였는데, 그 다음엔 한국말로 말을 걸더라. 한국인처럼 보였어요. 근데 말투가 fail스럽다고 생각하긴 했다.
센다이에서 얼마나 사셨어요?
아. 나 센다이 초짜로 보이는거야?
지금 몇학년이에요?
혹시 나 저학년 꼬꼬마로 보이는거야? 그래서 막 뭐 꼬실려고?
뭐, 흔히 있는 선교질. 교회나오세요. 내일 한국 가거든요? 그럼 한국 가서라도 교회 나가보세요. 교회 좋아요^^. 무신론을 믿는 사람에게 하는 선교질이 왜 악惡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패스. 진짜 한가하면 리처드 도킨스의 공격성을 벤치마킹해서 똑같이 무신론선교를 해주고 싶지만, 크리스챤 선교인들 상대해 줄 한가함이란건 이세상에 없더라.
나 4학년이고 센다이에 4년 반을 살았습니다. 반올림하면 5년. 내가 센다이를 뜨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스이카에 나왔던, 여교수가 했던 대사 중에서.
여기에서 오래 산 자신이 흡혈귀라고 했던 말.
뭐 그만큼 오래 살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요 근래 센다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되고 그렇더라.
아무튼. 딱 봐도 교환학생일려나. 보통 외국에서 한 곳에 1년 살면 좀 살았네 라는 느낌이니까. 그런 모르는 사람에게서 몇년이나 살았어요? 라는 말을 듣는게 참 복잡미묘하다.
(밑밥 깔 때 말투가, 너 딱봐도 여기 처음 와서 어리버리하는거 같아. 였거든.)
5. 그나저나 난, 방사능 오염이란게, 그냥 간단하게 확산만 생각해봐도, 처음 1년보단 그 뒤가 더 애매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내가 지진 수습되고 바로 돌아가서 학부 끝내고 여기 돌아온 거라서. 근데, 너무 태평하다. 뭐, 이건 아닌거같다 싶은게 한층한층 쌓이고, 그랬다.
후쿠시마 사고 크기 레벨은 체르노빌보다 낮을지모르겠지만, 뒷후유증은 더 클거같다.
6. 혼자 살 때는, 사운드카드에 헤드폰 코드 꼽고, 음차폐 확실하게되는 고요함이 그렇게 좋았었는데,
이젠 자꾸 뒤를 흘끔흘끔본다. 누구있는거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