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rick 2011. 9. 6. 20:25

항상 텐션 낮다고 생각했던 일본 문학 수업인데, 마지막 시간에 아주 큰 임팩트를 날려주셨다.

크나큰 사회적 충격 혹은 변화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변화시키곤 하지요.

그리고 자신의 약함을 작품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강함이란 것이 바로 문학이 가지는 의미라는 것도, 앞뒤 문맥까지 같이 듣고나니 머리가 띵 받치더라.

사실 수업 자체가 그렇게 충실했던 수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수업을 듣는 쪽도, 준비하는 쪽도.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사실 교수가 어떻게 하면 이 수업을 충실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아주 많이 한다는 건 느껴졌다. 아직 발전 중이란 것이지만.)
교수가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 자체는 훌륭했고, 그것을 마지막에라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문과라서 가능한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과에서도, 연구 방법론이라거나, 그 자세라거나 같은 것에서 이런 것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문학이란 것 전체를 놓고서 자신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것에 상응하는 것들.

위에서 말한 크나큰 사회적 충격이란 것은, 결국 지진과 그 이후의 상황이란 것들인데,
그것이, 문학을 다루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그 한가지 예를 듣고나니,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결국 모든 것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 사회 속에 어떤 식으로 융합되는지가, 기술적인 문제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이.

내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도, 더 많은 사회를 겪어보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고.
그래서 요즘은 내가 뭘 하고 싶은건지는 정말로 모르겠다.

그냥. 몇가지가 내 생각과도 연관되어서 굉장히 임팩트가 있었는데, 잘 정리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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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전후 맥락이 필요한데, 이 수업에서 주로 다루는건 메이지~ 전쟁전후 정도의 작품.

특히 전쟁 시기의 작품들에 먹는 이야기가 많고, 어떤 작가의 경우엔 전전과 전후의 내용이 완전 달라지는데, 전쟁 중의 작품은 모조리 먹는 이야기.
오늘은 뭘 어떻게 어떻게 해서 먹었다. 그런 이야기들 투성이.

그런데 이번에 지진 이후에, 오늘은 뭘 먹어야 하나, 이걸로 뭘 만들 수 있나, 하는 것들만 하루종일 생각하게 되고,
문학 교수임에도 한참동안의 시간동안 책을 읽을 수가 없고, 문학이란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고 해.

그런데 저런 식으로, 힘든 시기에 자신이 약해지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들-먹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발표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문학으로서의 강함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렇게 내가 이야기해도 임팩트 없고 당사자가 이야기해야 임팩트가 있는거 같다.